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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2-22 06:01
그릇
 글쓴이 : 홍성복(69)
조회 : 1,512  
 성직자가  사랑에 대해 설교하고는, 미워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분은 손들어 보라 하였다. 청중들은 감히 손을 못들고 주위를 돌아다 보기만 하였다. 성직자가 " 정말 아무도 안계십니까? " 재촉하자 할머니 한분이 손을 들었고, 청중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경의를 표하고 연단으로 모셔 그 비결을 물었다.  대답인즉,
 " 예전에는 미운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죽고 한 명도 안남았어. "

▲ 60대 초반의 아주머니는 화가 단단히 나있었다. 당시 일요정기법회에 법사로서 나가는 절의 신도회 간부이기에 안면이 있었다. 집에서 살림만 하고 지낸 분이 아니고, 처녀 때부터 가게를 운영하며 돈을 벌고 있었고 경우는 바르지만 기가 쎈 여장부 형이었다.
 남편이 퇴직하고 문제가 생겼다. 가끔 법회에 왔길래 본 적이 있는데, 성실하지만 내성적인 분으로 보였다. 퇴직 후 밖에도 안 나가고, 집안 일을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잔소리만 해대어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고 있었단다.
 며칠 전 점심 식사를 차리면서 한우 불고기를 구워 접시에 담아놓고 주방 일을 마저 하고 있는데, 그 인간이 먼저 고기를 집어먹기 시작하더란다. 그건 좋다. 어차피 먹으라고 해놓은 거니까.
 그런데 슬쩍 보니 야금야금 다 집어먹고 딱 한 점 남았더란다. ' 양심이 있고 상식이 있으면, 이제껐 같이 살아온 정이 눈꼽만큼이라도 남아 있으면, 저 한 점은 나 맛보라고 남겨 두겠지. ' 여겼는데, 그것마저 낼름 집어 넣더란다.
 오른손에 식칼이 있었는데, 손이 부르르 떨리더란다. 순간적이지만 살의(殺意)가 치솟더란다. 하지만 진정해야지! 심호흡으로 가슴을 진정시키고 별렀던 말을 내뱉었단다.
 " 그래, 이놈아!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 " 외치고는 행주치마 집어던지고 집을 나왔단다. 다시는 그 인간 안보겠단다. 자녀들과 손주들도 나를 좋아하여 갈 곳이 많지만, 그 인간은 거실서 담배나 뻑뻑 피고 버릇없다고 야단이나 쳐대서 모두 싫어한단다.
 한숨을 내쉬더니, " 어쩌면 그 인간은 그 나이 처먹도록 자기밖에 모르냐? " 며 치를 떨었다. 평소에 가게 일로 바쁠 때 하다 못해 설거지라도 도와 주었으면 이렇게까지 분통이 나진 않았을 거라고 하였다.
 순간, 나에게도 생존 본능이 치솟았다. 우리 집에도 식칼이 있는데... ' 아! 여자는 작은 일로도 감동시킬 수 있구나. '는 교훈을 얻었고, 퇴직 즉시 설거지를 도맡아 하고 있다. 어쨌든 연명하고 있잖아?

▲ 그 보살님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참 힘드셨겠다는 위로의 말을 했지만, 나는 역시 제3자였다. 사실 자기밖에 모르기는 피차 일반 아닌가? 50보 100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중생들은 거의 자기 중심적이다.
 속담에 "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절감한다.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이 누구냐? 부부 사이나 부자지간이다. " 부부가 아니라 웬수, 자식이 웬수! "라는 말이 흔하게 들린다.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할 관계가 왜 이럴까? 나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방식 탓이다. 내 마음 같지가 않아서 미움이 솟는다.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하며 화낸다. " 그럴 수도 있지! " 하며 이해하려 들지 않으니 원망이 커진다.

▲ 불교 잡지 기자 시절, 서대문구에서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어머니가 세 자녀를 독을 먹여 죽게 하고 자신도 음독 자살하였다. 자녀들이 부부 사이에서는 나올 수없는 혈액형을 지니고 있자,  남편은 부인을 의심하고 매일 소주 먹고 와서 오늘은 또 어떤 외간 남자랑 놀아났느냐며 닥달을 하고 폭행을 하였다.
 견디다 못한 부인은 자살을 결심했는데, 아이들을 남겨두어도 애비한테 친자식 취급도 못받고 구박을 받을테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 하여 독을 먹였다니, 아이들은 타살 당한 셈이었다.
 참사 사건을 수사한 형사에 의해 사건 전모가 밝혀졌는데, 어이없게도 남편이 자기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었기에 생긴 일이라 하니 어처구니가 없는 비극이었다. 그때 잡지를 인쇄하던 곳이 서대문구여서, 막걸리집에라도 가면 온통 그 얘기뿐이었다.
 교정 작업을 마치고 동료와 대포잔을 기울이다 자연스레 사건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집안 아저씨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전북이 고향인 그의 집안에 존경받는 어르신의 일생이었다.
 어르신은 일제 시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전주 시내 교사로 부임하였다. 교사는 존경받는 시절이어서 서로 딸을 주겠다 하였고, 결혼 후 곧 아들을 낳아 집안에 웃음꽃이 가득하였다.그야말로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이었다.
 그러나 어르신은 남몰래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고, 일본 경찰에 발각되자 만주 땅으로 피신하였다. 집안은 엉망이 되었다. 툭하면 순사들이 집을 수색하고, 식구들을 끌고가서 어르신 계신 곳을 대라며 닥달을 하고...
 집안 식구들은 아무 것도 몰랐고, 그저 살아 있기만을 학수고대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인편에 선생님이 만주에서 붙잡혀 총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대가  일제시대니 마음놓고 울지도 못하고 소식 들은 날을 제사날로 잡고 제사를 지냈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일은 대를 이을 아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여자 친정집의 입장은 달랐다. 이미 개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고, 새파랗게 젊은 딸이 과부로 수절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친정 어머니는 딸만 친정으로 불러들이고는 슬그머니 다른 남자한테 재가를 시켰고, 거기에서도 아들을 낳았다. 본가에서도 소문으로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체 했다. 제사지낼 자손을 낳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8.15광복이 되자 선생님은 살아돌아왔고, 교사로 복직하였다. 주변에서는 모두 새장가가라고 권하였다. 어찌 여자없이 애를 키우겠냐고. 어르신은 수소문하여 애 엄마가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처지임을을 알고는 여자를 찾아갔다.
 여자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부끄러워 얼굴도 못들었으리라. 그런데 꾸중은 커녕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말씀에 한층 어안이 벙벙했으리라. 무슨 낮짝으로 전주에 다시 가느냐? 나는 죽은 사람 취급하고 좋은 여자 데려다 잘 사시라고 간곡히 당부했단다.
 선생님은 이 모든 게 민족과 역사의 비극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당신 잘못은 하나도 없으니 당장 집으로 가자 하셨고, 선생님의 진정성에 부인도 마음이 움직이긴 했지만 역시 그럴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배다른 둘째 아들을 키우며 살아야 하는 게 내 팔자라며 한사코 사양하였다.
 그때 선생님이 말하길 " 아따 ! 당신이 낳았으면 내 자식이지. 배다른 게 무신 상관이여. " 하시곤 부인 손을 잡고 둘째 아들을 데리고 와서 사시는데 그후로도 자녀들을 더 두셨지만, 배다른 아이를 친자식과 똑같이 키우셨단다.
 폭탄 맞은 기분이었다. 술이 확 깼다. 세상에! 그런 분이 계시다니! " 신형, 그게 참말이오? " 몇번이고 확인하였다. 이래저래 많이 마셔 혀는 꼬이는데 정신은 더욱 말짱해지는 희한한 경험을 하였다.

▲ 혈액형 오해로 가족을 죽게 한 남자와 선생님의 차이는 무었일까?
 마음 그릇의 차이라고 본다. 혈액형에 집착한 남자의 ' 나의  범위 '는 딱 핏줄까지다. 내 핏줄 이외의 사람에 대해서는 굶든지 죽든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나의 범위 '는 적어도 국가와 민족  정도는 되지 않을까?
 선생님네도 부부 싸움했을까? 아마도 부부 싸움이 뭔지도 모르고 그 집 자녀들은 성장했으리라. 부인 입장에서는 남편이 사람이 아니라 부처님이나 예수님처럼 여겨졌을테니, 평생 공경하고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모셨으리라.

 혈액형 오해로 참극을 빚은 남자는 어찌 보면 내 가족을 위해서는 물불 안가리고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리라. 나의 범위가 가족한테도 못가고 나에게만 머물러 있는 사람보다는 선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 마음 그릇을 어떻게 키우는가?  지혜와 자비를 두루 갖추면 되겠지만, 나는 자비의 실천이 한층 긴요하다고 본다. 고고한 성직자들보다는 마치 새끼 많이 낳는 버크셔 돼지처럼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며 온갖 속을 다 썩혀본 아줌마들이 훨씬 마음이 넓은 경우를 자주 보았다.
 이렇게 나의 범위를 나, 가족, 사회, 국가, 세계, 우주로 확장시키다 뻥 터지면 어떻게 될까? 보나 마나 대박이지 뭐. 그릇이고 뭐고 없는거지. 천지개벽이거든.
  천지(하늘 땅), 열 개(開), 열릴 벽(闢). 하늘과 땅을 열고 열린다? 즉 천지 만물과 하나 된다는 뜻.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나로 여겨질 때, 새 천지가 열린 것이고, 이미 극락 천국에 난 것이며,  우주로 확대되어 삼라만상과 하나된 존재다.
 삿된 신앙이 종말론을 들먹이며, 자기네한테 오지 않으면 말세의 지진 질병 세계전쟁 등으로 다른 인류는 멸망한다고 공갈을 치는데, 절대 속지 말지어다. 그 교주나 지도자가 과연 천지개벽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새들에겐 길이 없다
                                    박상천
 나뭇가지에 앉았던 새 몇 마리
 포르르 날아
 모두 제 길을 간다.
 아, 길이 있을 성 싶지 않던 허공에 
 새의 길이 있었구나.
 날아가며 슬쩍 지워버리는
 길이 있었구나.

★ 사람들은 신이 화내는 것을 좋아한다.

 중학생 엄마들의 자식 평가
     A학점:학원도 안보내는데 척척 1등 하여 명문대 입학 가능
     B학점:착하다.(엄마 말을 잘 듣는다.)
     C학점:건강하다.(건강하면 제 밥벌이는 하니까.)
     D학점:공부도 잘 못하고, 말도 잘 안듣고, 툭하면 병원 신세 지지만 어쩌겠어? 내 새끼니까 키워야지. 그런데 대망의 낙제 점수 인간은?
 
     F학점: 지 애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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